
대구 베키 행사장 입구에서 느꼈던 묘한 기분
지난주 주말에 대구 베이비&키즈페어, 줄여서 베키라고 부르는 행사에 다녀왔다. 원래는 별생각 없이 그냥 구경이나 하러 간 거였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입구에서부터 기가 좀 빨렸다. 대구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이런 행사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을 거다. 임신 주수 계산하고 준비물 리스트 챙기느라 집에서 며칠을 씨름했는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종이가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물건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기 욕조 하나를 고르더라도 종류가 왜 이렇게 많은지. 예전에는 그냥 유명한 거 하나 사면 끝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재질부터 수온 표시 기능까지 따질 게 너무 많더라. 결국 현장에서는 아무것도 못 사고 그냥 사람들 구경만 하다 나왔다.
단짝맘살롱 같은 강연은 왜 항상 일정이 안 맞을까
인터넷 카페에서 단짝맘살롱이나 소리맘클래스 같은 육아교실 정보가 자주 보이길래 한번 가볼까 싶었다. 선물 중심의 행사 말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근데 찾아보면 항상 서울이나 경기권 중심이거나, 내가 시간이 안 되는 평일 낮 시간에 잡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울산 맘카페나 대구 지역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긴 하지만, 정작 내가 참여할 수 있는 타이밍은 거의 없었다. ‘저출생과 전쟁’ 어쩌고 하는 기사들을 보며 정책들이 많아졌다고는 하는데, 정작 동네에서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강연 하나 시간 맞추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달성군에서 하는 ‘달성맘의 품’ 같은 프로그램도 시기는 잘 확인해야 하니까 늘 달력에 표시를 해두게 된다.
무료 강연과 경품 사이에서 길을 잃은 오후
대구 산모교실들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레크레이션 위주거나 경품 당첨이 주된 목적인 경우가 많았다. 나도 처음엔 ‘뭐라도 하나 당첨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으로 신청을 해보기도 했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같은 곳에서 하는 전문적인 강연도 좋지만, 가끔은 너무 진지한 내용보다는 그냥 가볍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자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그런데 막상 가서 1시간 넘게 의자에 앉아 있으면, 경품 추첨을 기다리는 시간보다 옆자리 산모님들과 “언제 출산하세요?” 같은 뻔한 대화를 나누는 게 더 긴장되기도 하고. 어떤 날은 강연 내용보다 끝나고 마신 5,0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더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나도 참 목적 없이 움직이는 건가 싶기도 하다.
임신선물박스가 주는 알 수 없는 허탈함
베이비페어 현장에서 나눠주는 임신선물박스들을 챙겨오긴 했는데, 집에 와서 풀어보니 사실 당장 필요한 건 별로 없었다. 샘플 기저귀 몇 장이랑 물티슈 한 팩, 그리고 온통 광고 전단지뿐이었다. 이걸 받으려고 줄을 서서 30분씩 기다렸나 싶어서 현타가 살짝 왔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정보라도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으니 다들 줄을 서는 거겠지. 나 역시 낯선 대구 생활에서 어떻게든 육아 정보를 얻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으니까. 사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 한 번이면 다 나오는 세상인데, 왜 굳이 그 붐비는 현장까지 가서 부대끼며 돌아다니는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앞으로의 산모교실에 대한 작은 의문들
고대 안산병원이나 다른 곳에서 하는 산모교실들이 정기적으로 열리는 건 참 다행인 일이다. 하지만 나처럼 이제 막 타지에서 육아를 준비하는 사람에게는 ‘정보’보다는 ‘어디서 어떻게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가 더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출산준비물세트가 다 준비된다고 해서 육아가 쉬워지는 건 아닐 테니까. 지금은 그냥 대구에서 갈만한 곳들을 리스트업 해두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다 간다. 다음번에는 베이비페어 대신 그냥 동네 육아맘들이 모인다는 작은 모임에 한번 나가볼까 생각 중이다. 물론, 나가기 직전까지 또 고민하다가 집에서 넷플릭스나 보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대구 지역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얻는 것도 좋지만, 제가 요즘 넷플릭스에서 육아 관련 영상들을 보면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더라구요.
대구는 진짜 육아 정보 얻기 힘들다 보니, 지역 커뮤니티는 거의 참고 자료 수준인 것 같아요. 저는 지금부터 대구 육아 카페 꼼꼼하게 찾아봐야겠어요.
커피 한 잔 생각나더라고요. 종류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공감됐어요.
아, 저도 경품 생각보다 말고 커피 한 잔이 더 좋더라고요. 베키페 가서 물건보고 정신 놓이진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