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로 출퇴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피곤한 일들

어플로 출퇴근을 기록하기 시작하면서 생긴 피곤한 일들

처음에는 내가 게을러서 시간을 허투루 쓰는 줄 알았다. 프리랜서 생활을 오래 하다가 작은 팀을 꾸려 역삼역 근처에 있는 공유오피스 4층에 입주했을 때, 가장 먼저 해결하고 싶었던 게 바로 이 애매한 근무 시간 관리였다.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다들 언제 오고 가는지 체크가 안 됐고, 나 스스로도 집에서 일할 때와 사무실에 나올 때의 경계가 흐릿했다. 처음에는 흔히 쓰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에 각자 출퇴근 시간을 적기로 합의했다. 돈도 안 들고 간단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일주일만 지나도 다들 까먹고 월말에 몰아서 대충 기억을 더듬어 적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록의 신뢰성이 완전히 무너진 셈이다. 결국 뭔가 강제성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전용 근태관리어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엑셀 시트 수작업에 한계를 느끼고 도입했던 근태관리어플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여러 서비스가 나왔는데, 그중에서 UI가 직관적이고 다들 많이 쓴다는 ‘시프티’라는 어플을 선택했다. 무료 버전도 있었지만 인원이 늘어날 것을 대비하고 세부적인 기능을 써보려고 인당 월 3,000원 정도 하는 유료 플랜으로 시작했다. 커피 한 잔 값도 안 되는 돈이니 이 정도 지출로 시간 관리가 칼같이 된다면 아주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어플을 깔고 직원들 계정을 생성해 초대 링크를 보낼 때까지만 해도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매일 아침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했는지 그래프로 딱딱 그려져 나오는 대시보드를 상상했다. 하지만 실제 사용 환경은 그렇게 단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역삼역 공유오피스 출입문 앞에서의 번거로운 위치 인증 과정

이 어플은 부정 출퇴근을 막기 위해 GPS나 와이파이 기반으로 특정 위치 내에 있어야만 출근 버튼이 활성화되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 우리는 역삼역 3번 출구 근처의 공유오피스를 쓰고 있었는데, 빌딩 내부의 와이파이 신호가 가끔 불안정하거나 지하철 역세권이라 GPS 수신이 튈 때가 종종 있었다. 아침 9시 정각에 맞춰 헐레벌떡 사무실 문 앞에 도착했는데, 어플 화면에는 ‘지정된 근무지가 아닙니다’라는 문구만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의 그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출근 도장을 찍기 위해 복도 끝까지 걸어가서 와이파이를 껐다 켰다 하는 짓을 반복하다 보면, 내가 지금 일을 잘하려고 이 짓을 하는 건지 어플에 출근 보고를 하려고 출근한 건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인증이 안 돼서 결국 손으로 사유를 적어 올리는 날이 늘어났다.

매달 정산일마다 마주하는 생각보다 귀찮은 수동 수정 작업들

결국 자동화된 관리를 기대하며 돈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월말이 되면 어김없이 수동 수정 요청이 메일함과 메신저에 쌓였다. 깜빡하고 퇴근 버튼을 안 누르고 집에 가서 밤늦게 부랴부랴 오프 태그를 누른 사람, 외근 갔다가 복귀 안 하고 현지 퇴근했는데 위치 인증이 안 되어 미처리 상태로 남은 사람들의 기록이 수두룩했다.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쓸 때보다 오히려 확인하고 승인해 줘야 하는 결재 대기 건수만 늘어난 셈이었다. 매달 말일이 되면 꼬박 2시간씩 앉아서 각 팀원들이 보낸 수정 요청서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원래 언제 퇴근했는지를 크로스 체크해야 했다. 기계가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게 아니라, 기계가 만들어낸 찌꺼기 오류를 사람이 뒤치다꺼리하느라 정작 중요한 업무에 집중할 시간이 뺏기는 기분이었다.

유료 요금제 결제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개인적인 게으름의 문제

무엇보다 근태관리어플을 쓴다고 해서 내 안의 본질적인 게으름이나 업무 비효율이 고쳐지는 건 아니었다. 어플 상으로는 아침 9시에 출근 도장을 찍고 저녁 6시에 퇴근한 것으로 예쁘게 기록이 남았지만, 그 8시간 동안 실제로 내가 얼마나 몰입해서 일을 했는지는 전혀 다른 문제였다. 의자에 앉아 멍하니 유튜브를 보거나 딴짓을 해도 어플은 성실하게 일한 시간으로 계산해 준다. 결국 이 시스템은 겉보기용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근무시간계산기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이번 주에는 총 몇 시간을 일했는지 숫자를 채워 나가는 행위 자체가 일종의 자기만족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찍히는 숫자에 집착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일의 진척도보다 사무실에 머무는 절대적인 시간에만 연연하게 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기계적인 시간 기록이 주지 못하는 실제 몰입의 아쉬움

결국 6개월 정도 유료로 결제하며 어플을 쓰다가, 지난달에 일단 멤버십을 해지했다. 지금은 그냥 다시 느슨하게 서로의 일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돌아왔다. 근태 관리가 아주 타이트하게 필요한 공장이나 매장 아르바이트 형태라면 이런 어플이 필수적이겠지만, 우리처럼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업무 비중이 높은 소규모 팀에게는 오히려 불필요한 감시 체계처럼 작용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예전의 구글 시트로 완전히 돌아간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대강의 눈대중으로 관리하되, 주간 회의 때 각자 한 일의 결과물로만 평가하는 방식으로 지내고 있다. 가끔은 출퇴근 시간을 꼼꼼히 기록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번거로운 GPS 인증 절차와 월말의 귀찮은 정산 작업을 생각하면 다시 그 돈을 내고 어플을 쓰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어떤 방식이 최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계가 우리를 더 부지런하게 만들어 주지는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확실히 배운 것 같다.

댓글 3
  •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어플로 출퇴근을 기록했는데, 오히려 시간 관리에 더 신경 쓰게 되더라구요.

  • GPS 신호 때문에 계속 오류가 나서 답답하네요. 특히 9시에 맞춰 도착했는데도 바로 인정 안 돼서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 와이파이가 불안정해서 계속 수정하는 거 진짜 답답했겠네. GPS가 잘 안 터지는 것도 문제지만, 그걸 해결하려고 오히려 더 복잡해진 느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