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게를 생각하지 않고 담았던 책들
며칠 전 아마존을 뒤적거리다가 한국에는 도통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원서들을 몇 권 발견했다. 처음엔 그냥 ‘나중에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장바구니에 하나둘 담았는데, 이게 참 문제다. 하나둘 담다 보니 어느새 7권이 되었다. 무심코 결제 버튼 근처까지 갔다가 배송비 견적을 보고는 멈칫했다. 아니, 책값보다 배송비가 더 나오는 상황이 온 거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전집 대여 서비스나 중고 서점과는 차원이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는 걸 순간 잊고 있었다.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있는 종류의 책도 아니니 선택지가 없다는 게 더 얄밉게 느껴졌다.
왜 항상 해외 직배송은 까다로운가
예전에 가전제품을 직구할 때도 겪었던 일인데, 아마존은 왜 특정 도서에 대해 한국 직배송을 막아두는 걸까. 어떤 책은 배송이 된다고 뜨고, 어떤 책은 아예 ‘한국 배송 불가’라는 메시지가 뜬다. 검색을 해보니 파손 위험 때문이라거나 배송 대행지를 거쳐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았다. 배송 대행지를 쓰자니 수수료가 붙고, 기간도 2주 이상 걸린다는 게 머릿속에 그려지니 갑자기 의욕이 꺾였다. 사실 그 책들이 지금 당장 내 삶을 크게 바꿔줄 지식의 보고도 아닌데 말이다. 그냥 표지가 예쁘고, 서재에 꽂아두면 뭔가 그럴듯해 보일 것 같다는 얄팍한 허영심이 시작이었던 것 같다.
책대여점의 추억과 현실의 간극
문득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책 대여점이 생각났다. 그때는 500원인가 1,000원이면 낡은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빌려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전집 대여나 구독 서비스가 잘 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그 ‘특정한’ 원서들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온라인 도서 대여 사이트를 뒤져봐도 결국 한국어 베스트셀러 위주다. 영어 원서를 구하려면 결국 아마존 같은 해외 사이트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게 매번 배송이라는 높은 벽을 만난다. 며칠째 장바구니에 책을 담아두고 결제할까 말까 고민만 수십 번 하는 내 모습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픽스 선풍기보다 먼저 도착했어야 할 고민
얼마 전에 캐시워크 돈버는 퀴즈를 보다가 도서관 소음 관련 내용을 봤다. 픽스 빅팬 선풍기라나 뭐라나, 도서관에서도 조용하게 쓸 수 있다는 광고 문구였다. 도서관이라는 단어만 봐도 내가 지금 읽고 싶은 그 원서들이 떠올라 쓴웃음이 났다. 도서관에 가면 수많은 책이 무료로 있는데, 나는 왜 굳이 바다 건너 비싼 배송비를 내가며 책을 사려고 안달일까. 사실 배송비가 5만 원이 넘게 찍히는 걸 보고도 ‘그냥 살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아마도 책을 읽겠다는 의지보다는 그냥 내 방 책장을 채우고 싶다는 욕구 때문이었을 거다.
결국은 다시 미루는 중
결국 어제도 결제는 안 했다. 배송비 6만 원에 책값 15만 원, 합치면 20만 원이 넘는 돈이다. 이 돈이면 차라리 한국에서 괜찮은 독서 모임에 몇 달 나가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그냥 이북 리더기로 볼까 싶어 찾아봤는데, 그 책은 이북으로도 발매가 안 되어 있다. 정말이지, 사고 싶은 책은 꼭 이렇게 구하기가 힘들다. 며칠째 장바구니 속에서 책들은 그 자리에 있다. 아마도 다음 주쯤 되면 이 열정도 좀 식어서 장바구니를 비우지 않을까 싶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홧김에 결제 버튼을 누르고 일주일 내내 배송 현황 조회만 들여다보고 있겠지. 사실 결론이 나지 않는 이런 고민이 요즘 내 일상의 가장 큰 비효율 중 하나다.
어릴 때처럼 책을 구해서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예쁜 책 표지를 보는 걸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원서들을 계속 찾다가 결국 아마존에서 직구하게 되거든요. 배송비 때문에 고민하는 마음이 정말 공감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