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용평가서 하나 떼려다 진이 다 빠져버렸다

기업 신용평가서 하나 떼려다 진이 다 빠져버렸다

어제는 정말 종일 붙잡고 있었는데, 결국 끝을 못 보고 오늘 아침에야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 회사 올해 매출이랑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기업신용평가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게 뭐 대단한 프로젝트는 아닌데, 왜 이렇게 할 때마다 스트레스인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냥 신용평가회사 사이트 들어가서 몇 번 클릭하면 되겠지 싶었다. 사실 예전에도 몇 번 해본 일이라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화근이었다.

서류 챙기다가 시간이 다 가버렸다

문제는 준비해야 할 서류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자등록증은 기본이고 재무제표랑 부가세 과세표준증명원까지 다 뽑아야 한다. 국세청 홈택스 들어갔다 나갔다를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겠다. 중간에 공인인증서 갱신하라는 알림이 떠서 식은땀을 한 번 흘렸다. 이게 사실 미리미리 준비했으면 별거 아닌데, 막상 마감일에 쫓겨서 하려니까 마음만 급해지는 거다. 우리 사무실 근처에 있는 회계사무소에 전화해서 물어볼까 하다가, 비용 아낀답시고 끙끙대며 혼자서 해보겠다고 고집 피운 게 결국 내 발목을 잡았다.

평가 등급이라는 게 도대체 뭐라고

신용평가등급확인서발급 메뉴를 누르고 나면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된다. 등급이 몇 점 나오느냐에 따라 나중에 공공입찰 들어가거나 대출받을 때 영향을 받는다고 하니, 뭐 하나 입력할 때마다 손이 떨린다. 작년보다 매출은 조금 올랐는데 부채비율도 같이 올라서 그런지, 시뮬레이션 돌려보니까 생각보다 등급이 낮게 나온다. 담당자랑 통화했는데, 딱히 뾰족한 방법은 없단다. 그냥 서류상의 수치가 정직하게 반영되는 거라나. 사실 기업 신용이라는 게 단순 숫자 말고도 우리 회사가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어떤 사람들과 일하는지가 훨씬 중요한데 그런 건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참 아쉽다. 예전에 바이넥스 사건 때처럼 데이터 완전성이 어쩌고 하는 기사를 봤던 기억이 나는데, 우리 같은 작은 규모 회사도 결국은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 몇 줄로 평가가 결정된다는 사실이 좀 씁쓸했다.

시스템의 불친절함에 익숙해지기까지

어떤 사이트는 UX가 진짜 너무하다. 버튼 위치도 헷갈리고, 팝업창은 왜 이렇게 많이 뜨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평가 수수료는 대략 20만 원에서 40만 원 사이인데, 이 정도 돈을 내면서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며 작업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작년에는 B였는데 올해는 B+만 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등급이 나오고 나니까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사실 이 등급으로 우리 회사의 내실이나 직원들의 직무 역량이 증명되는 건 절대 아닌데 말이다. 그냥 통과의례처럼 치르는 이 과정이 시간 낭비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사람이 하는 평가가 아니라는 피로감

가끔은 고등학교 수행평가 문제 제기하는 학생들 마음이 이해가 간다. 기준표도 불명확하고, 결과가 나오면 왜 이런 점수가 나왔는지 구체적인 피드백도 없다. 그냥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받아들여라’는 식이다. 우리가 열심히 사업 운영해서 성과를 내고 있어도, 시스템상에서는 그저 서류 숫자로 치환되는 과정이 매번 어색하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이런 평가 체계는 가끔은 넘어야 할 높은 벽 같기도 하고, 그냥 형식적인 절차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일단락은 지었다

어쨌든 어제 밤늦게까지 씨름한 끝에 신용평가등급확인서발급을 완료했다. PDF 파일을 저장하고 나니 허탈함이 몰려온다. 대단한 성취감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걸 끝내기 위해 소요된 시간과 에너지가 다른 곳에 쓰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지울 수가 없다. 당장 내일은 또 다른 업무들이 밀려있으니 이 일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내년에 또 해야 할 일이니까, 그때는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크게 문제없이 통과했으니 그걸로 된 거겠지 싶으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찜찜하다.

댓글 4
  • 저는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낮게 나온 점이 좀 더 안타깝네요. 데이터의 한계에 대한 답답함이 느껴졌어요.

  • 재무제표 때문에 홈택스에서 계속 logout 하고 login 하는 건 정말 짜증나네요. 특히 마감일에 쫓길 때는 더 심한 것 같아요.

  • 국세청 홈택스에서 갱신 알림 때문에 식은땀 흘리는 건 정말 공감돼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한두 번 그랬거든요.

  • PDF 파일 저장하고 나니 허탈함이 몰려오는 게, 고등학교 수행평가처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 답답하네요. 사업 운영도 결국 숫자로만 평가받는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