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책 추천받다가 오히려 더 고민이 깊어졌어요

학생들 책 추천받다가 오히려 더 고민이 깊어졌어요

이번에 큰맘 먹고 아이 책장에 좀 변화를 주려고 했어요. 뭐, 제가 읽을 책도 좀 섞어서 사려고 했고요. 요즘 애들 책이라는 게 어찌나 어려운지, 제가 봐도 ‘이걸 고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나?’ 싶은 책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제일 만만한 게 ‘베스트셀러’나 ‘추천 도서’ 리스트잖아요. 인터넷 좀 뒤져보니 ‘청소년 필독서’니 뭐니 해서 여기저기서 추천하는 책들이 보이더라고요.

근데 그게 또 문제였어요. 추천하는 사람마다 기준이 다른 건지, 아니면 시대가 변한 건지, 처음 보는 책들이 태반인 거예요. 어떤 글에서는 ‘잊혀지고 싶다’던 전직 대통령이 유튜브를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책방 이야기도 살짝 언급되는데, 그게 또 책 추천이랑은 좀 거리가 멀어 보였고요. 또 다른 곳에서는 ‘슬기로운 직장인 생활’ 이런 전시를 울산 책방에서 한다는 이야기도 봤는데, 이건 고등학생이랑은 좀 다른 맥락 같았어요.

결국 경기도교육청에서 ‘청소년 그리고 책’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사를 보게 됐죠. 거기 ‘북틴북(BookTeenBook)’이라고 청소년들이 직접 책 추천자가 돼서 소개하는 코너도 있더라고요. ‘아, 이게 제대로 된 청소년 추천이겠구나!’ 싶었죠. 그런데 정작 그 ‘북틴북’이나 ‘오늘의 마음 책’ 같은 프로그램이 구체적으로 어떤 책들을 추천했는지, 혹은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냥 ‘청소년이 직접 추천하고 소개한다’는 소개 정도만 반복될 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냥 ‘그래, 일단 이걸 많이 보니까 좋겠지’ 하고 애가 좀 흥미를 보일 만한 책 몇 권을 골라봤어요. ‘꿈을 찾는 음대생’ 같은 자기계발서 느낌 나는 소설도 있고, 어떤 블로그에서는 고1 수준에 맞는 인문학이나 철학 책을 추천하길래 그런 쪽도 몇 권 봤고요. 솔직히 가격도 천차만별이었어요. 그냥 소설 한 권에 만원 정도 하는 것도 있고, 좀 두꺼운 인문학 서적은 2만원 넘는 것도 있더라고요. 온라인 책 구매할 때 보통 배송비가 3천원 정도 붙으니까, 책 몇 권 사면 금방 5만원은 훌쩍 넘어가더라고요.

온라인으로 보다가 결국에는 ‘아, 모르겠다!’ 싶어서 집 근처 대형 서점에 한번 가봤어요. 역시 직접 눈으로 보는 게 낫겠다 싶었죠. 그런데 서점에 가니 또 다른 세상인 거예요. ‘어린이 그림책’ 코너는 아이 손 잡고 구경하는 부모들로 북적였고, ‘청소년 필독서’ 코너는 예상보다 훨씬 작았어요. 그리고 거기 진열된 책들도 제가 인터넷에서 본 ‘베스트셀러’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고요. ‘표준새번역성경’이나 ‘큰글성경’ 같은 종교 서적 코너도 따로 있었는데, 이건 또 저희 아이랑은 관련 없는 분야고요.

결국 서점에서도 한참을 서성이다가, ‘그냥 네가 제일 끌리는 거 골라봐’ 하고 아이에게 던져주고 말았어요. 뭔가 체계적인 추천 리스트 같은 걸 기대했는데, 오히려 너무 많은 정보와 선택지 앞에서 더 혼란스러워진 느낌이었달까요? ‘듣는 책’, 그러니까 오디오북 앱 같은 것도 요즘 많이 쓴다고 하던데, 그런 걸 써보면 또 다를까 싶기도 하고요. 결국 뭐 하나 딱 정해서 사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걸 찾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그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댓글 1
  • ‘꿈을 찾는 음대생’ 같은 책들 보면서, 자기계발서가 진짜 아이에게 와닿을 수 있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