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나도 모르게 종이책을 다시 펼치고 말았다

결국엔 나도 모르게 종이책을 다시 펼치고 말았다

요즘 애들은 정말 다르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스마트폰 없이는 못 살고,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다 못해 그것 없이는 못 견딘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그랬다. 전자책 리더기도 하나 사놓고 꽤 열심히 썼다. 무게도 가볍고, 어디든 들고 다니기 좋고, 무엇보다 불 끄고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 한동안은 태블릿 PC로 책을 보는 게 자연스러웠다. 웬만한 책은 다 전자책으로 나왔겠다, 따로 책을 쌓아둘 공간도 절약되고.

왜 다시 종이책인가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전자책을 잘 안 보게 된다. 태블릿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도 아프고, 뭔가 집중이 잘 안 되는 기분이다. 툭하면 다른 알림이 떠서 흐름이 끊기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집 근처 도서관에 가거나, 서점에 들러서 종이책을 만지작거리게 됐다. 물론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같은 책은 그냥 소장하고 싶어서 종이책으로 샀다. 책 표지 디자인이 너무 예쁘기도 했고, 서점에 앉아서 책을 읽는다는 설정 자체가 주는 아늑함 같은 게 좋았다.

얇은 책의 유혹

솔직히 말하면,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돌아간다. 틱톡이니 쇼츠니 하는 짧은 영상들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길게 설명하는 글보다는 세 줄 요약, 아니 한 줄 요약을 선호하는 시대다. 그러니 책도 얇고 술술 읽히는, 그러면서도 뭔가 교훈을 주는 그런 책들이 인기가 많은 것 같다. 나도 그런 책들 몇 권 골라서 후다닥 읽고 치워버리는 게 편할 때가 있다. ‘이거 읽고 나면 뭔가 대단한 걸 깨달은 것 같겠지?’ 하는 기대감으로.

벽돌책과 시간

장강명 작가는 ‘AI 시대 필요한 사고력은 벽돌책에서 키워보세요’라고 했다. 벽돌책이라는 말에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지만, 요즘 들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얇은 책은 읽고 나서 금방 잊혀지기 십상인데, 두꺼운 책은 그만큼 시간을 들여서 읽는 거라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는 느낌이다. 얼마 전에는 너무 두꺼워서 엄두도 못 냈던 책을 서점에서 한참 들여다봤다. 가격은 2만 5천 원 정도 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하다가 결국 그냥 내려놓았다. 너무 두꺼워서 집까지 들고 가는 게 부담스러웠다.

동네 도서관의 매력

나는 학창 시절에 학원 가는 날이 아니면 늘 책을 읽었다. 그때는 읽을 만한 책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도스토옙스키나 헤르만 헤세 책은 다 좋아했었다. 특히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같은 책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요즘은 하루에 한 시간씩은 꼭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주말에는 집 근처 구립 도서관에 가는데, 그곳에서 책을 빌려 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대출 기간은 2주인데, 보통 1주 안에 다 읽고 반납하는 편이다. 시험 기간에도 10~20분씩은 꼭 책을 읽으려고 노력한다.

결국, 책

결국 나는 다시 종이책으로 돌아온 것 같다. 물론 아직도 태블릿으로 책을 보는 사람들도 많고, 그게 더 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종이책의 물성, 책장을 넘기는 감촉, 종이 냄새 같은 것들에 다시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꼭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아니더라도, 서점 구석에 꽂혀 있는 낯선 책의 제목을 보고 무심코 펼쳐보는 순간이 좋다. 예전에는 아무 책이나 다 읽는다고 했는데, 요즘은 조금 더 취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이 책이 나에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은 계속된다.

댓글 1
  • 황보름 작가 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점에 가서 직접 만져보는 느낌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