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O 평가 지표의 변화, AI 역량 강화라는 파도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고민

MBO 평가 지표의 변화, AI 역량 강화라는 파도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고민

최근 삼성전자나 주요 대기업들의 사례를 보면 MBO(목표관리) 평가 항목에 ‘AX 역량’ 배점이 대폭 상향됐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실 연차가 좀 쌓인 30대 중반 직장인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실무 성과만 내기도 벅찬데 갑자기 AI 전환 성과를 내라니, 현장에서는 ‘이게 과연 실질적인 역량 향상일까, 아니면 또 다른 형식적인 과제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제가 과거에 처음 MBO 목표를 설정할 때 ‘어떻게든 수치만 맞추면 된다’는 생각으로 도전적인 과제보다는 달성 가능한 목표 위주로 짰던 적이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평가는 나쁘지 않았지만, 정작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제 위치는 그대로더군요. 지금의 AI 역량 평가도 본질을 놓치면 딱 그때의 제 꼴이 나기 십상입니다.

많은 분이 실수하는 지점은 ‘AI 툴을 몇 개 다뤘느냐’는 횟수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툴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 도구를 써서 우리 부서의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시간을 얼마나 줄였는지, 아니면 기존에 수작업으로 하던 데이터 취합을 얼마나 자동화했는지와 같은 ‘맥락’이 훨씬 중요합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챗GPT를 무작정 써보다가 오히려 질문 짜는 데 시간을 다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효율을 위해 도입한 기술이 오히려 업무 속도를 늦춘 셈이죠.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역량평가는 사실 일종의 ‘생존 시뮬레이션’입니다. 경영 성과라는 큰 축에서 배점을 10점 정도 떼어내어 새로운 분야에 할당했다는 건, 회사가 이제는 ‘익숙한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을 더 이상 예전처럼 우대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다만, 무조건 AI를 잘해야 한다고 해서 섣불리 비싼 자격증을 따거나 학원을 등록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현업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작은 프로세스 개선부터 시작하는 게 비용 면에서나 시간 면에서나 훨씬 효율적입니다.

이런 변화에 대응하는 최선의 전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데이터 분석 능력이 이미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본격적으로 모델링 공부를 하는 게 맞겠지만, 관리직군에 있다면 AI를 활용해 소통 효율을 높이는 법을 찾는 게 현명하겠죠. 물론, 이렇게 준비한다고 해서 반드시 연말 인사에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건 아닙니다. 평가라는 게 늘 그렇듯, 결국은 상사와의 관계나 회사의 갑작스러운 경영 방침 변화 같은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하니까요. 이런 모호함 때문에 저도 가끔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망설여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이 조언은 ‘지금 당장 눈앞의 성과도 내야 하지만, 미래를 대비할 최소한의 생존 키트가 필요한 30대 실무자’에게는 유용합니다. 반면, 이미 정해진 루틴대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거나, 현재의 직무가 AI와 기술적 연관성이 거의 없는 분들이라면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길 바랍니다. 당장 오늘 퇴근길에 내가 하는 업무 중 가장 반복적인 작업 하나만 골라서, ‘이걸 AI로 자동화하려면 어떤 단계를 거쳐야 할까?’라고 10분만 고민해 보세요. 그게 시작입니다. 다만, 기술은 도구일 뿐이라는 점을 잊지 마세요. 본질을 놓치고 기술에만 함몰되는 순간, 가장 중요한 인사평가의 목적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댓글 1
  • 챗GPT를 쓸 때, 단순히 질문만 하는 것보다 어떤 결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보니 더 많은 시간 낭비하는 경험이 있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