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 이렇게 책이 많아졌는지 모르겠다
주말에 거실을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소파 밑에까지 책이 밀려 들어가 있었다. 예전에는 신간이 나오면 무조건 베스트셀러 순위를 확인하고 서점 사이트에서 바로 결제하곤 했다. 당시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 번에 5만 원, 6만 원씩 긁는 게 낙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 짐이 되었다. 어떤 책은 비닐도 뜯지 않은 채로 2년이 넘게 책장에 꽂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제목만 보고 샀다가 몇 장 넘기고 덮어둔 책이 절반은 넘는다. 이번에 이사를 앞두고 짐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는데, 제일 처음에 손이 간 게 바로 이 책들이었다. 처음에는 기부할까 싶었는데, 몇 권은 상태가 너무 깨끗해서 괜히 아까운 마음이 들더라.
중고 서점에 책을 들고 가는 일의 무게
결국 무거운 종이박스 두 개를 낑낑거리며 동네 중고 서점에 가져가기로 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라 대중교통으로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날씨가 정말 더웠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철을 탔는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책을 정말 많이 팔러 온다는 걸 알게 됐다. 나처럼 양손 가득 박스를 든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만 책을 안 읽는 게 아니구나’ 하는 이상한 안도감도 들었다. 근데 막상 내 차례가 돼서 직원에게 책을 넘겼을 때의 그 허무함이란. 정가 18,000원짜리 신간급 도서가 2,500원이라는 가격표를 받는 순간, 내가 왜 그렇게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집착하며 돈을 썼나 싶어졌다.
도서관에서 다시 느끼는 책의 온도
책을 팔고 나오니 마음이 한결 가벼우면서도 동시에 좀 공허했다. 돌아오는 길에 울산도서관 같은 곳에서 열리는 행사 소식이 문득 떠올랐다. 요즘은 도서관이 단순히 책만 빌리는 곳이 아니라, 작가들을 초청해서 북토크를 하거나 연극 같은 문화 공연을 여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내가 가진 책들을 다 처분하고 나니, 이제는 소유하는 것보다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이 더 소중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렴한데, 내가 그동안 쓴 돈은 다 뭐였을까 하는 자책도 잠깐 들었다. 물론 집에서 뒹굴거리는 책을 보며 느끼는 안정감도 있지만, 이제는 그게 물리적인 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독립서점의 좁고 정겨운 풍경들
예전에 대전 쪽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들렀던 작은 독립서점이 생각난다. 대형 서점의 베스트셀러 매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주인장이 직접 고른 책들이 놓여 있었고, 좁은 공간 안에 청년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 곳에 가면 책을 파는 행위 자체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 어떤 공동체적인 결속력을 다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서 남은 책들을 정리하다 보니, 몇 권은 도저히 못 팔겠다는 생각이 들어 책장 잘 보이는 곳에 다시 꽂아두었다. 역시 나는 미련이 많은 사람인가 보다. 다 버리고 미니멀하게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면서도, 결국 몇 권의 책을 껴안고 안심하는 꼴이라니.
앞으로 책을 사는 일에 대하여
결국 책을 전부 다 팔지는 못했다. 앞으로 서점에 가서 책을 집어 들 때 조금 더 신중해져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아마 다음 달 신간이 나오면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30년 넘게 한 회사에서 일하며 매일매일 전쟁 같은 마케팅 업무를 해온 누군가는 ‘디테일한 실행’을 철학으로 삼는다던데, 나는 당장 내 방 책장 하나 정리하는 것도 이렇게 마음이 왔다 갔다 한다. 책을 많이 샀다고 해서 내 지식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책을 팔았다고 해서 내 삶이 갑자기 홀가분해진 것도 아니다. 그저 오늘 하루, 무거운 짐을 좀 내려놓고 도서관 앞을 지나며 바람을 쐬었다는 사실만이 조금 남았을 뿐이다. 다음 주에는 남은 책들 중에서 정말 내가 다시 읽을 것 같은 책들만 골라봐야겠다. 나머지는 또 고민이 되겠지.
저도 비슷한 경험 있는데, 쌓인 책들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된 거지?’ 생각했었어요. 독립서점은 진짜 마음에 드는 곳이 많네요.
책을 정리하려니 마음이 복잡하네요. 저도 방 만 넘으면 책들이 쏟아지는 걸 보면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