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인 직장인의 목표설정, 왜 매번 실패하고 지치기만 할까?

현실적인 직장인의 목표설정, 왜 매번 실패하고 지치기만 할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일잘러’가 되고 싶어 하고,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거창한 목표설정을 하곤 합니다. 저 역시 30대에 접어들면서 커리어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매년 1월이나 분기가 시작될 때마다 다이어리를 펼쳐 들고 아주 촘촘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매일 퇴근 후 1시간 코딩 공부, 한 달에 책 2권 독서, 그리고 영어 회화 스터디 참여까지. 완벽한 간트차트를 그려가며 스스로 일상을 완벽히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기대와 현실의 괴리는 금방 찾아왔습니다. 기대와 달리 현실은 야근의 연속이었고, 피로가 누적되자 주말에는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계획했던 공부는커녕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날들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는 과연 내가 정말 원해서 세운 목표였는지, 아니면 단순히 남들보다 뒤처질까 봐 불안해서 세운 것인지 깊은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과정을 거쳐보니, 내 의지력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은 계획은 그저 스스로를 갉아먹는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실수하곤 합니다. 대표적인 공통 실수는 회사에서 쓰는 KPI나 OKR 같은 엄격한 업무 지표를 개인의 삶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입니다. 회사는 자원과 시스템이 갖춰진 조직이지만, 퇴근 후의 직장인은 피로에 절어 있는 개인일 뿐입니다. 제 직장 동료 중 한 명은 영어 실력을 늘리겠다며 50만 원 상당의 온라인 영어 인강 패키지를 결제하고 매일 1시간씩 공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프로젝트 마감 일정이 겹치면서 단 2주 만에 학습을 중단했고, 결국 돈만 날린 채 자괴감에 빠지는 실패 사례를 남겼습니다. 개인의 일상에 기업식 성과 측정 방식을 무리하게 도입한 결과였습니다.

개인의 자기개발에서 철저한 기록과 유연한 계획 중 무엇을 선택할지는 트레이드오프 관계에 있습니다. 간트차트나 노션 템플릿을 활용해 매일의 진척도를 꼼꼼히 기록하는 방식은 통제감을 주지만, 계획이 조금만 어긋나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합니다. 반면, 주간 단위의 느슨한 체크리스트는 유지하기는 쉽지만 게으름을 피우기 딱 좋습니다. 둘 중 완벽한 정답은 없으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속 가능한 목표설정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몇 번의 실패 끝에 다음의 몇 가지 현실적인 규칙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첫째, 계획 기간을 1년이 아닌 3개월 단위로 쪼개는 것입니다. 둘째, 목표 달성률을 100%가 아닌 70% 수준으로 잡는 것입니다. 70%만 채워도 충분히 나아가고 있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셋째, 야근이 주 3일 이상 지속되는 가혹한 환경이라면 하루 15분 이상의 무거운 계획은 아예 세우지 않는 조건부 방식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저 역시 지난 분기에 업무가 급격히 몰리면서 세워두었던 가벼운 독서 계획조차 전혀 달성하지 못한 경험이 있습니다. 계획을 아무리 유연하게 수정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야근과 스트레스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 셈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때로는 어떠한 목표설정도 하지 않고 그저 푹 쉬는 것이 장기적인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될 때도 있었습니다. 한 분기 동안 공부를 내려놓고 잠을 푹 잤을 때, 오히려 회사에서의 업무 효율이 올라가 더 좋은 인사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 조언은 매일 무언가 해야 한다는 압박에 지쳤지만, 여전히 현실적인 성장을 고민하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에게 유용할 것입니다. 반면, 엄청난 자기제어 능력을 갖추고 있거나 고도의 스트레스 속에서도 성과를 내는 초인적인 성향의 분들에게는 이 타협적인 접근법이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비싼 유료 강의나 플래너를 결제하기보다, 오늘 밤 조용히 종이 한 장을 꺼내 ‘이번 주에 딱 하나만 해볼 일’을 적어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이 방식은 일정이 완전히 유동적인 프리랜서나 교대근무자에게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댓글 4
  • 주말에 책 읽고 잠 온전히 잤더니 일주일 내내 집중이 잘 되는 거 신기하네요.

  • 글 잘 읽었습니다. KPI를 개인 목표에 적용하는 것, 정말 흔한 실수죠. 회사 시스템과는 너무 다른 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아서 결국 좌절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 3개월 단위로 계획을 분할하는 게 정말 좋네요! 저도 처음에는 너무 큰 목표 때문에 쉽게 지치곤 했거든요.

  • 유튜브 보면서 죄책감 느끼는 부분 공감이 되네요. 제가 생각했을 때, '지금 당장' 목표를 이루기보다 지금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