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버튼을 누르기까지가 왜 이렇게 길었는지

예약 버튼을 누르기까지가 왜 이렇게 길었는지

상담 예약 버튼 앞에서 망설인 이유

사실 몇 달 전부터 밤마다 잠을 설치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회사 일이 바빠서 그런가 싶었다. 커피를 좀 덜 마셔보기도 하고, 불면증에 좋다는 음식들을 검색해서 챙겨 먹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히 피로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냥 일상이 조금씩 흐릿해지는 기분인데, 막상 병원을 찾아보려니 ‘내가 벌써 이런 곳까지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앞섰다. 원주정신건강의학과를 몇 번이나 검색창에 쳤다가 지웠다. 상담센터 예약 버튼 하나 누르는 게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처음 상담실 문을 열었을 때

결국 예약한 상담 센터에 처음 발을 들였던 날을 잊을 수가 없다. 상담료는 회당 8만 원에서 10만 원 사이였는데, 이게 적은 돈도 아니라서 괜히 더 긴장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지는 정적이 왠지 내 숨소리까지 크게 들리게 만들었다. 상담사님은 무척 차분하게 맞아주셨는데, 오히려 그게 조금 서운하기도 했다. 나는 이만큼이나 큰 결심을 하고 여기 왔는데, 이분에게는 오늘 있을 수많은 상담 중 하나일 뿐이니까. 상담실 안의 조명은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서 오히려 그 적당함이 더 불편했던 것 같다.

하지불안증후군인지 스트레스인지

상담 중에 하지불안증후군 증상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했다. 밤마다 다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끙끙대던 날들이 떠올랐다. 상담사님은 이게 우울증상담센터에서 다루는 심리적 요인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신체적인 문제인지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냥 마음이 문제인 줄 알았는데, 몸이랑 마음이 이렇게 긴밀하게 엮여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어떤 날은 내가 성인ADHD인가 싶다가도, 또 어떤 날은 그냥 다 귀찮은 것뿐인데 싶다. 조울증증상 같은 게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내 상태가 조금 답답했다.

일상의 작은 간극들

요즘은 상담을 받고 나오면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상담 시간 동안 쏟아낸 말들 때문일까. 50분이라는 시간은 상담사님과 마주 앉아 있기에는 짧지만, 내 속을 다 꺼내놓기에는 너무 길다. 때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를 때가 있다. 기억을 더듬어 어릴 적 이야기까지 하다 보면, 내가 지금 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나 싶어서 멍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상담사님이 건네는 질문 몇 개가 일주일 내내 머릿속을 맴돌 때가 있다. 그때의 나는 평소보다 조금 더 솔직해지려고 애쓰는 것 같다.

아직 풀리지 않은 것들

상담을 다닌다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내 생활이 나아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밤에는 뒤척이고, 아침에는 일어나기 싫다. 주변에서는 마음 편히 먹으라고들 하는데, 그 마음을 어떻게 편하게 먹는 건지 방법을 모르는 게 내 고민의 핵심이다. 천도재를 지내는 마음으로 묵은 감정을 다 보내버리면 좀 나아질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런 건 다 부질없다는 걸 나도 알고 있다. 그냥 오늘도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지난 일주일 동안 별일 없었다는 듯이 앉아 있을 것 같다. 정말 별일이 없었는지, 아니면 말을 못한 건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댓글 4
  • 밤에 잠 못 이루는 게 정말 괴롭네요. 저도 어릴 때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상담 내용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같아요.

  • 밤마다 다리를 괴로워했던 기억이 생기네요. 우울증과 신체적 문제 사이를 분별하는 게 정말 어려웠을 것 같아요.

  • 밤에 잠 못 이루는 감정, 정말 공감돼요. 제가 두근거리는 마음 때문에 오히려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 밤에 다리를 떨던 모습이 생각나네. 진짜 몸과 마음의 연결이 복잡해서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