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에서 무작정 뭘 해보려다가 실패한 기록

안동에서 무작정 뭘 해보려다가 실패한 기록

계획 없는 여행의 끝은 결국 검색창

지난주에 갑자기 안동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숙소만 잡아놓고 떠난 거라, 도착해서 첫날 오후에 호텔 침대에 누워 ‘안동 할 것 좀 추천해주세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하면 유명한 관광지를 걸어 다니며 사진 찍는 건 이미 예전에 다 해봤고, 이번엔 그냥 실내에서 조용히 뭐라도 만들거나 배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날씨도 쌀쌀해서 밖을 돌아다니는 건 딱 질색이었다. 서울에서는 강남역 원데이클래스나 건대 원데이클래스 같은 곳이 워낙 흔해서 안동도 비슷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예약 가능한 곳을 찾으려니 생각보다 정보가 너무 없어서 당황했다.

예약 불가능의 늪

검색 결과로 뜨는 곳들은 대부분 이미 예약이 마감되었거나, 특정 단체 행사 위주였다. 경북도에서 청년들을 위한 청춘 식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기사는 봤는데, 이건 뭐 신청 기간이 따로 있거나 대상이 정해져 있었다. 봉화 쪽에 한수정이라는 곳에서 정자 만들기 DIY 키트를 활용한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는 소식도 들었는데, 내가 있는 안동 시내에서는 거리가 꽤 멀었다. 굳이 차를 몰고 나가서까지 만들기 체험을 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막상 가려고 하니 왠지 귀찮아졌다. 거제나 동탄 같은 곳은 후기라도 많지, 안동은 블로그 몇 개가 전부라 정보가 너무 파편화되어 있었다.

엉뚱한 곳에서의 고민

결국 클래스는 포기하고 롯데하이마트나 가서 카메라나 구경할까 했는데, 그것도 참 웃긴 일이다 싶었다. 3월 18일 안동라이스센터에서 뭐 수출 선적식 같은 게 있었다는 뉴스나 보고 있으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원래는 송파나 여의도에서 주말마다 틈틈이 배우던 것처럼 도예나 향수 만들기 같은 걸 기대했는데, 안동은 좀 더 지역적인 색채가 강한 체험들이 주를 이뤘다. 한복 체험이나 찻사발 만들기 같은 게 대부분인데, 이것도 2인 이상 예약 필수거나 시간이 맞지 않았다. 혼자 여행을 가서 그런지 더더욱 끼어들 틈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돈을 써도 만족스럽지 않은 순간들

체험비는 보통 3만 원에서 5만 원 정도 사이였던 것 같다. 서울의 물가와 비교하면 비싼 건 아닌데, 문제는 그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만한 퀄리티가 보장되는지 알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예쁜 사진들만 보고 예약했다가, 막상 가서 텅 빈 공간에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게 될까 봐 겁이 났다. 마곡이나 세종 같은 신도시의 깔끔한 공방을 생각했던 내가 문제인 건지, 아니면 안동이라는 도시 자체가 이런 류의 소소한 취미 생활에는 좀 무뚝뚝한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결국은 카페로 돌아가는 결말

결국 예약 버튼을 누르려다 말고 앱을 껐다. 시간은 벌써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럴 거면 차라리 그냥 평소 가보고 싶었던 카페나 가서 책이나 읽는 게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색 놀거리를 찾겠다며 한참을 검색했는데 결과적으로 시간만 버린 셈이다. 내일은 그냥 유명한 빵집이나 들렀다가 서울로 올라올 생각이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그냥 안동이라는 도시와 내가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결론만 남았다. 굳이 억지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배우러 온 건지, 아니면 정말 계획 없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댓글 2
  • 거의 모든 체험이 미리 예약해야 하는데, 저도 비슷한 경험 한 적 있어요. 당시에 생각보다 예약할 곳이 없어서 그냥 카페 가서 책 읽는 게 훨씬 좋았을 것 같아요.

  • 마곡이나 건대처럼 퀄리티 있는 워크숍 정보가 없어서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계획 세우는 게 더 중요하겠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