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찾아온 무기력함에 요가 원데이 클래스까지 다녀왔다

갑자기 찾아온 무기력함에 요가 원데이 클래스까지 다녀왔다

어쩌다 보니 시작하게 된 명상과 요가

요즘 들어 부쩍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기분이 들었다. 특별히 큰 사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침에 눈을 뜨면 그냥 다 귀찮고 세상 모든 게 무겁게 느껴지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실 인스타그램이나 뉴스에서 심으뜸 같은 사람들이 자기 관리를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면 예전에는 ‘나도 해봐야지’ 하는 의욕이 생겼는데, 요즘은 그냥 피로감만 쌓인다. 무작정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명상하는 법을 검색해보고, 유튜브에서 나오는 영상들을 따라 해보기도 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내뱉으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막상 혼자 방구석에 앉아 있으면 잡생각만 꼬리에 꼬리를 문다. 오늘 저녁에 뭘 먹지, 어제 그 메일은 왜 그렇게 보냈을까, 같은 시시한 고민들 말이다. 도저히 집중이 안 돼서 결국 집 근처 요가 원데이 클래스를 예약했다. 금액은 2만 5천 원이었는데, 사실 이 돈이면 치킨 한 마리 값인데 싶으면서도 일단 결제했다. 안 가는 것보다는 낫겠지 싶었다.

낯선 요가원에서의 어색한 한 시간

요가원에 도착하니 공기가 완전히 달랐다. 향 냄새가 섞인 묘한 냄새가 났는데, 마음이 차분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낯설고 조금 긴장됐다. 다른 사람들은 벌써 익숙하게 몸을 풀고 있는데 나만 쭈뼛거리며 매트를 깔았다. 요가 선생님은 계속해서 몸의 긴장을 풀고 내면에 집중하라고 하시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그저 뻣뻣하게 굳어있을 뿐이었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남들 눈에 다 보일 것 같아서 괜히 더 신경이 쓰였다. 솔직히 말하면 명상이니 자기 계발이니 하는 게 이런 식으로 몸을 괴롭히는 건가 싶어 의문이 들기도 했다. 땀은 비 오듯 쏟아지는데 머릿속은 더 복잡해졌다. 그래도 다 끝나고 나서 멍하니 누워있을 때는 아주 잠깐, 정말 아주 잠깐이지만 아무 생각이 안 나는 순간이 있었다. 그게 좋았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기운이 다 빠져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버크만 진단과 성격에 대한 뒤늦은 생각

요가 클래스를 다녀온 뒤에도 마음 한구석이 찝찝해서 예전에 추천받았던 버크만 진단이라는 걸 찾아봤다. 나라는 사람이 대체 어떤 성향인지, 왜 이렇게 자신감이 쉽게 깎이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이것저것 설문 문항을 체크하는데, 질문들이 꽤나 집요했다. 내가 평소에 사람들을 대할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일할 때 어떤 보상을 바라는지 적다 보니 내가 나를 정말 모르고 살았구나 싶었다. 진단 결과가 나오면 뭔가 명확한 답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막상 리포트를 보니 ‘당신은 이런 사람입니다’라는 식으로 적힌 글귀들이 오히려 더 애매하게 느껴졌다. 결과지에 나온 해석들을 읽으며 이게 나인가 싶다가도, 때로는 내가 아닌 것 같기도 해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결국 내 성격은 그대로인데 진단지 몇 장 읽는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을 찾는다는 게 사실은 참 어려운 일

인터넷 커뮤니티나 사주 관련 게시판을 보면 나처럼 자신감이 약해져서 고민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결혼은 언제 하느냐, 내 사업은 언제쯤 풀리느냐 같은 절박한 질문들을 보면서 나만 이렇게 흔들리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약간의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다들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는 사실이 조금 허무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분야에서 끝까지 버티라고 조언한다. 유명한 경영자들처럼 거창한 비전을 세우고 로봇 산업이 어떻고 하는 식의 담대한 포부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 게 중요한 건가 싶기도 하다. 명상을 하고 요가를 하고 성격 진단을 해봐도, 결국 남는 건 내일 또 어떻게 출근하고 하루를 버틸지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무언가

글을 쓰다 보니 요가 원데이 클래스에서 마지막에 했던 호흡법이 떠오른다. 선생님이 내쉬는 숨에 모든 걱정을 다 뱉어내라고 했는데, 사실 내 몸 안에 걱정이 얼마나 많은지 다 뱉어내기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다. 아마 내일도 나는 똑같은 모습으로 눈을 뜨고, 비슷한 고민을 하다가 다시 무기력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아졌을까. 확실한 건, 무언가 대단한 변화를 기대하고 시작했던 행동들이 생각보다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주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나쁘지는 않았다. 돈을 쓰고, 땀을 흘리고, 나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보는 시간. 그것만으로도 일단 오늘 하루는 적당히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불안함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걸 이제는 조금 인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