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관처럼 결제한 구독 서비스의 늪
최근에 LGU+ 유독을 통해 교보문고 sam이랑 모아진 결합 상품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9,900원 정도 나가는데, 이게 원래 따로 하려면 2만 원 중반대까지 나오니까 꽤 저렴하다는 생각에 덜컥 결제부터 했다. 원래도 경제·경영 잡지를 챙겨 보는 편은 아니지만, 뭐랄까 책상 위에 HBR이나 매경이코노미 같은 거 몇 권 올려두면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그런 기분이랄까. 사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퇴근 후에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나. 나도 딱 그 정도의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탭만 켜두고 잠드는 밤
문제는 역시나 실행력이었다. 처음 며칠은 퇴근하고 지하철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몇 페이지씩 읽으면서 ‘그래, 이렇게 사는 거지’라며 스스로 기특해했다. 그런데 이게 며칠 지나니까 영 손이 안 가기 시작한다. 특히 몸이 피곤한 날에는 스마트폰으로 잡지 앱을 켜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피드 넘기는 게 백배는 더 재밌다. 결국 결합 상품에 포함된 수천 권의 잡지는 내 태블릿 구석에서 그냥 ‘저장된 항목’으로만 남아 있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만 있고, 막상 읽기 시작하면 10분을 못 버틴다.
쌓여가는 정보의 무게와 피로감
솔직히 말하면 내가 경영 전문 잡지를 읽는다고 해서 내 연봉이나 커리어가 드라마틱하게 바뀔 거라는 기대는 진작에 버렸다. 어쩌면 내가 지금 하는 업무가 나랑 정말 맞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직 준비를 해야 하는 건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잡지 속에 나오는 성공 사례들을 읽는 게 오히려 더 괴로울 때도 있다. 너무 거창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런가. 그냥 무작정 열심히 살고 싶기는 한데,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잡지를 구독해서 쌓아두기만 하는 게 마치 내 게으름을 돈으로 지불하고 방치하는 기분도 든다.
가끔은 멍하니 있는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주변에서는 사이버대학교 학과를 옮기거나 마케팅 강의를 듣는 친구들도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정체되어 있나 싶다가도 막상 그들의 일정을 들으면 금방 마음이 바뀐다. 퇴근하고 학원을 가거나 인강을 들으려면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 것 같다. 결국 내가 선택한 건 월 9,900원짜리 구독 서비스였지만, 이것마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좀 웃기기도 하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새로운 이슈가 업데이트되었다는 알림이 뜨지만, 그걸 눌러보는 횟수는 점점 줄어든다.
그래도 일단은 유지해 보는 중
그만둘까 싶다가도 9,900원이라는 가격이 참 애매하다. 커피 두 잔 값 정도니까 당장 해지할 만큼 큰 타격은 없어서 그냥 두고 있는 거다. 어쩌면 이 구독 자체가 나에게는 ‘나는 그래도 자기계발을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스스로를 속이는 용도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진짜 운 좋게 재미있는 기사를 발견하면 그날은 왠지 모르게 뿌듯해서 밤잠을 조금 설친다. 그러다가 또 며칠을 안 읽고, 다시 죄책감이 들면 또 한 번 앱을 켜고. 이런 식으로 아주 비효율적인 루틴이 계속 반복되는 중이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디지털 쓰레기를 적립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HBR이나 매경이코노미처럼, 나도 마음 편해지려고 시작했지만, 결국 또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네요.
저도 똑같아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처음엔 좋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냥 지나쳐버리더라구요. 지금은 인스타보다 걷는 게 더 재밌어요.